기획자의 커리어 토크

기획자라는 직업, 오해받기 딱 좋은 일입니다

일터 밖 기획자 2025. 4. 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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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라고 하면, 다들 제각기 다른 이미지를 떠올린다.
누군가는 “엑셀 잘하는 사람?”, 누군가는 “일정 짜는 사람?”,
심지어 “다 아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기획자라는 직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업무 범위와 책임에 대한 오해도 정말 많이 받는 직업이다. 

이전 게시글에서는 기획자로 일하며 많이 들은 질문 3가지 중에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내용을 포스팅했다.
오늘은 내가 실무를 하며 실제로 마주했던 **‘기획자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풀어보려 한다. 


❗ 오해 1. 기획자는 개발도, 디자인도 다 알아야 한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기획이면 개발 구조도 알고 있어야죠”, “UX 설계면 디자인툴도 쓰실 줄 아시죠?”

물론 어느 정도 맥락과 흐름을 이해하면 훨씬 좋긴하다. 
하지만 기획자는 각 전문가의 언어를 이해하고 이어주는 사람이지, 전문 기술을 모두 직접 수행하는 사람은 니다. 

디자이너는 시각 전문가, 개발자는 구조와 구현의 전문가입니다.
기획자는 그들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이해를 돕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기획자 중에서도 '기획자는 다 안다'라는 모드가 장착되어 있어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인, 개발쪽과 별도 논의없이 일정/문서화 등의 작업을 완료하고 통보하듯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 팀간의 트러블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기획자가 모르는 디자인, 개발의 이슈들이 있을 수 있고 환경상의 여건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도 말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 오해 2. 기획자는 문서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니에요?

기획서는 단지 ‘결과물’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 문서에 도달하기까지의 사고 과정, 정리력, 구조화 능력이다.

회의를 진행하고, 아이디어를 설계로 바꾸고,
각 부서와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획자의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문서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기술이다. 


❗ 오해 3. 일정 안 지키면 무능한 기획자인가요?

기획자가 가장 자주 받는 압박 중 하나가 ‘일정’이다. 
하지만 일정이란 건 정말 많은 변수 위에 세워지는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요구사항이 바뀌거나, 우선순위가 달라지거나, 리소스에 이슈가 생기기도 한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으로 앞당겨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일정은 ‘책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협의’와 ‘공유’가 필요한 영역이다. 
실력 있는 기획자는 일정을 현실화하고, 변동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협업하는 동료들을 잘 다독이고 이끌어갈 수 있는 인성도 필요하다. 


💡 실무 에피소드: ‘기획자는 트집 잡는다’는 오해

예전에 한 개발자분과 함께 일할 때의 일이다. 
작업을 위해 기획문서를 작성하고 요구사항을 description에 작성하여 요청드리고, QA를 진행하며 오류 등을 수정요청을 하곤했는데 그분은 유독 내 요청을 '명령'처럼  받아들이곤 했다. 
요청을 하면 기분이 상한 듯한 반응이 느껴졌고, 나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지만 그녀의 날선 반응은 결국 서로 감정이 상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개발자분이 입사했고,
그 개발자분이 나랑 친해진 후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처음엔 저 기획자는 개발이 끝나면 소스를 다 들여다보고 트집을 잡는다, 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검수 보내기 전에
한참을 더 신경 쓰고 긴장했었죠…”

그런데 내가 실제로 검수할 때는 오류나 기능상의 문제만 확인하고 바로 오픈하니까 그분이 의외였다는 듯 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나서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엥? 뭔소리? 저 개발 소스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몰라요 😅”

그 말을 듣고 같이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획자는 꼼꼼하게 보는 사람이지, 트집잡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그 인상은, 처음엔 오해로 시작되기도 한다 .


✨ 마무리하며

기획자라는 직업은 종종 ‘모든 걸 다 알아야 하는 사람’, ‘모든 걸 통제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를 잇고 균형을 맞추는 중간자 역할이 더 크다. 

오해는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오해를 차분히 풀어내고, 좋은 결과로 바꾸는 것, 그것 또한 기획자의 일 중 하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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